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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붙은 중동 : 전략의 시대가 돌아 왔다
2026-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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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칼럼] 다시 불붙은 중동, ‘전략의 시대’가 돌아왔다‘
세계의 화약고’라 불리는 중동이 다시 격랑에 휩싸였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수뇌부를 정밀 타격한 이번 공습은 단순한 군사행동이 아니라 국제정치의 구조적 변화를 드러내는 사건이다.
공습은 유대인의 안식일 한낮에 전개됐다. 평소 안식일에는 최소한의 행위조차 금기시할 만큼 종교적 규율이 엄격한 이스라엘에서 이런 시점의 작전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그러나 바로 그 점이 성공 요인이었다. 상대가 결코 예상치 못할 시간, 가장 안전하다고 여긴 순간을 찌른 것이다.
이스라엘과 미국의 합동작전은 그만큼 정보와 심리가 교차된 정밀한 계산의 결과였다.이란의 입장에서는 뼈아픈 일격이었다. 수뇌부가 회의 중 몰살당하며 지휘체계가 마비된 가운데, 국민 여론조차 냉담하다. 오랜 독재와 경제난 속에서 정권의 정당성이 바닥난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란은 주변의 미군기지와 친미 성향 국가의 시설을 공격하며 보복에 나섰지만, 그 역시 제한적 성과에 그쳤다. 중국제 방공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보도는 이란의 안보체계 신뢰성을 다시금 흔들고 있다.
이번 공습은 순수한 안보적 필요를 넘어서 정치적 함의가 짙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등장에서 보듯 강경한 대외정책 노선을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 상황 속에서 실각 위기를 돌파할 정치적 기회를 잡았다. 결국 이번 공습은 군사전략이자 정치전략이었다. ‘적에게는 충격을, 자국민에게는 결속을’이라는 이중 효과를 노린 셈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국제 금융시장의 반응이다. 전면전 가능성이 고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글로벌 주가지수는 오히려 상승세를 보였다. 이는 시장이 이 사태를 단기적 충격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즉, 이란의 장기 저항 능력이 제한적이라 판단한 것이다.
국제정세의 불안보다 ‘질서 회복형 불안’이 시장 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모습은 서글프지만 현실적이다. 군사력의 우위가 곧 경제 안정의 지표가 되어버린 시대라 할 만하다.
한국 역시 이번 사태에 예외일 수 없다. 유가 변수는 수출입 구조상 불가피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더 시급한 것은 재외국민 보호 문제다. 현재 중동 13개국에 약 2만 1,000명의 한국인이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교부는 이미 위기대응 시스템을 가동했지만, 상황이 격화될 경우 신속한 철수와 보호가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면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번 사태는 두 가지 교훈을 남긴다.
첫째, 국제질서가 다시 ‘힘의 논리’로 회귀하고 있다는 점이다. 외교적 설득이나 제재보다 직접 행동이 결정적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둘째, 정보와 판단의 속도가 국가 안보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이란은 가장 안전한 시간에 가장 위험한 결과를 맞았다. 전략의 시대에는 느린 대응이 곧 패배다.중동의 긴장은 언제든 재점화될 수 있다. 그러나 그 불길의 방향은 과거와 다르다. 종교나 국경보다 정보와 정치적 이해가 먼저 움직이는 시대, 냉정한 현실 감각 없이는 그 어떤 신념도 무력하다.
한국 외교 또한 이상보다 전략, 감정보다 판단을 세워야 할 때다. 지금의 중동은 어쩌면 앞으로 다가올 세계 질서의 축소판일지 모른다.
이동철 기자 beol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