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사설] 벼랑 끝에 선 청춘, 국가의 보호는 어디에 있는가

2025-10-17



최근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국 청년의 사망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그 이면에는 단지 한 사람의 비극이 아닌, 점점 구조화되고 있는 국제 범죄 조직에 무방비로 노출된 청년들의 처절한 현실이 숨어 있다. 동남아 지역, 특히 캄보디아, 미얀마, 태국 등지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보이스피싱과 온라인 사기 조직이 활개를 치고 있었고, 수많은 젊은이들이 유인되어 감금, 고문, 심지어 살해에까지 이르는 참혹한 피해를 입고 있다.


그 중심에는 '프린스그룹'으로 알려진 초국가적 범죄조직이 있다. 이들은 젊은이들에게 고소득을 미끼로 접근해 해외로 유인한 뒤,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고 사실상 인신을 구속하여 불법 행위에 가담하게 만든다. 그들이 강제로 끌려들어가는 것은 단순한 사기 행위가 아니다. 이는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고문, 협박, 심지어 살인에까지 이르는 반인륜적 범죄다. 이와 관련된 산업은 카지노, 부동산, 암호화폐, 엔터테인먼트 등 합법을 가장한 비즈니스 형태로 위장되어 있다.


이미 미국과 영국은 이 조직의 불법 자금을 추적해 계좌를 동결하고 금융 시스템에서 퇴출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정작 한국 정부의 대응은 뒷북이다. 올해 8월까지 캄보디아 내에서 접수된 외국인 납치 사건은 무려 330건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국민 보호의 기본 책무에 충실하지 못한 채 여론이 들끓은 뒤에야 겨우 움직이기 시작했다.


청년 개인이 이러한 범죄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현지 한인회, 자원봉사자, NGO 등의 민간 노력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결국 이 문제는 국가가 나서야만 풀 수 있다. 자국민 보호는 외교의 가장 기본이자, 정부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문제는 한국 사회 내부에도 있다. 우리 청년들이 왜 이토록 위험한 선택 앞에 무방비로 내몰리는가. 작년 말부터 이어진 정치적 혼란과 국가적 무능은 청년들에게 좌절감을 안겼다. 해소되지 않는 이념 갈등, 해결되지 않는 고질적 청년 실업 문제, 정권 교체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는 정책적 미비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지워가고 있다. 청년들이 ‘각자도생’이라는 이름 아래 비이성적 판단을 하게 되는 구조적 원인을 직시해야 한다.


청년은 국가의 미래다. 그들이 해외에서 조직 범죄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상황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 “청년들아, 나를 딛고 오르라”고 외쳤던 루쉰의 말처럼, 사회와 국가는 청년들이 일어설 수 있는 발판이 되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벼랑 끝에서 구조를 요청하고 있다. 절박한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자.


국가는 청년에게 안전망이 되어야 하며, 외교적 역량과 정보력을 총동원해 이들의 생명과 인권을 지켜야 한다. 더 이상 뒤늦은 대응으로 안타까운 희생을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제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주변을 돌아봐야 할 때다. 청년의 절망은 곧 국가의 위기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동철 기자   beol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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